서울시가 강북권 대개조 구상안을 내놨다. 강북은 서울에서도 베드타운으로 통한다. 특히 노원, 도봉, 강북구가 있는 동북권은 주거 단지이면서도 오래됐다. 서울에서 30년 이상된 노후주택의 절반이 여기에 몰려있을 정도다. 강북권과 강남권의 불균형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강북권의 발전은 서울시가 풀어가야 할 숙제나 다름없다. 이에 지난 26일 오세훈 서울 시장은 ‘강북권 대개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대상지역은 동북권(강북, 노원, 도봉, 동대문, 광진, 성동, 성북, 중랑구)과 서북권(마포, 서대문, 은평구) 등 11개 자치구다. 본 포스팅에서는 강북 재개발에 탄력을 붙여줄 ‘강북권 대개조’에 담긴 내용을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재건축 규제완화
첫번째로 관심 있게 볼 내용은 재건축 촉진에 대한 내용이다. 역세권 350m까지는 제3종주거(용적률 최대 300%)를 준주거(용적률 최대 500%)로 종상향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공공기여량도 기존 15%에서 10%로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역세권 종상향은 서울 전역에 시행되는 제도인데, 그 수혜가 강북권에 크게 쏠려있다는 평가다.
강북권은 역세권이 아니더라도 고밀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1.2배 상향 한다. 1990년대 준공된 강북권 아파트는 재건축이 불가능할 정도로 빽빽하게 지어진 곳들이 많다. 당시 주택건설촉진법은 주거지에 대한 용적률을 400%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용적률 최대치가 300%로 낮아지면서 재건축이 불가능해진 단지들이 생겨났다. 이번 재건축 규제 완화로 불가능했던 사업 추진이 가능해지는 강북권 일대 아파트만 해도 65개 단지, 42,000여 가구에 이른다.
이처럼 재건축 사업성이 개선되면 상계, 중계, 월계, 번동, 창동, 방학, 신내, 성산 등 역세권 대단지 아파트들의 사업 속도가 보다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사업 고도 제한 완화
산자락 저층 주거지의 고도 제한 완화도 추진된다. 산자락 모아타운을 추진할 때 자연경관지구(수유, 안암, 안산지구 등 10개소)는 기존 3층에서 약 7층(20m)으로, 고도지구(북한산 주변)는 20m에서 최대 45m로 완화해 사업성을 높여줄 계획이다. 그간 북한산 밑이라는 이유로 고도 제한에 걸려 재개발이 어려웠던 지역들의 정비사업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지난 1월말 시행된 도시정비법 시행령으로 재개발 가능한 노후도 기준이 67%에서 60%로 완화되고, 접도율 기준은 4m도로에서 6~8m로 늘어난다. 이런 규제 완화를 통해 강북권 재개발 대상지는 286만㎡에서 800만㎡로 3배 가까이 확대될 수 있다.
상업지역 총량제 폐지
강남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업 및 업무시설을 늘리기 위해 상업지역 총량제도 폐지한다. 상업지역 총량제란 2030년까지 권역별로 상업지역 총량을 배정하고, 그 안에서 상업지역을 지정한다는 제도다. 사실상 용적률 1200%까지 부여해 초고층 오피스를 지을 수 있는 상업지역을 무제한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강북권의 상업지역 면적(519만㎡)이 도심권(814만㎡)과 동남권(627만㎡)에 비해서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균형발전 화이트사이트 도입
강북권 대규모 유휴부지에는 ‘균형발전 사전협상제(화이트사이트)’를 도입한다. 화이트사이트는 사업시행자가 기존 도시계획으로 개발이 어려운 지역을 원하는 규모와 용도로 개발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화이트사이트에서는 일반상업지역의 법적상한용적률(800%)의 1.2배의 용적률이 허용되고, 공공기여율 상한선도 60%에서 50%로 완화된다.
대표적인 화이트사이트 적용 대상지로는 창동차량기지, 도봉면허시험장, NH농협부지, 청량리 차량기지 일대, 이문차량기지, 신내차량기지, 서울혁신파크 등이 꼽힌다. 서울시는 상반기 검토를 거쳐 이르면 올해 7월 적용 대상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강북권 대개조 수혜 지역은?
우선 눈에 띄는 수혜 단지로 월계시영아파트가 떠오른다. 월계시영아파트는 광운대 역세권 3930가구의 대단지다. 미륭, 미성, 삼호3차 아파트가 합쳐진 이름 ‘미미삼’으로도 유명하다. 준공년도는 1986년이다.
이곳은 일단 사업성이 좋다. 시영아파트인 만큼 전용 33㎡~59㎡의 소형평수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용적률이 낮고, 대지면적이 넓어 충분한 사업성을 갖췄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미미삼의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15.4평에 이른다. 보통 소형평수가 많으면 사업성이 좋게 나오기 힘든데, 미미삼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엔 재건축 첫 단추인 정밀안전진단도 통과했다.
분담금 이슈로 재건축 사업지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결국 핵심 입지는 시장이 좋아지면 또 추진 속도가 붙는다. GTX-C 정차역이 들어서는 광운대역 또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역세권 개발 사업을 대규모로 추진 중이다.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소형평수가 많아 분담금 이슈가 커진 상계주공5단지도 수혜단지로 꼽힐 만하다. 노원역세권 단지로 노원구 재건축 아파트들 중에서도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축에 속하는 곳이다. 1987년 준공으로 최고 5층, 840세대 규모다.
전 세대가 전용 31㎡로 소형 평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재건축을 통해 전용 84㎡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선 분담금이 5억이나 예상된다고 해서 이슈가 됐던 곳이다. 공사비도 오르고 작은 평형을 큰 평형으로 받는 것이기에 분담금이 높아질 수 밖에 없지만 원주민 입장에선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 용적률 완화로 인해 사업성이 좀 더 개선되면 분담금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북권에 월계시영아파트가 있다면 서북권엔 성산시영아파트가 있다. 총 3710가구의 대단지로 준공년도는 1986년도다.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세권 단지로 이 곳 또한 수혜가 기대되는 대표 단지로 손꼽힌다.